지원, 박

박지원은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노론 계열 사대부였다. 청렴했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어려서 처삼촌 이양천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양반사회의 모순에 대해 추상적으로 파악하고 있었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벗이자 노론 계열 지식인이었던 이희천이 정치적 모략으로 죽음을 당함으로 인해 과거에 응시하지 않았음을 비루어 이 사건으로 인해 그의 양반사회와 정치계의 모순에 대한 비판이 더 구체화되었다 짐작해 볼 수 있겠다.

그는 신분에 개의치 않고 하층민들을 주인공삼아 글을 쓰곤 했다. 공자는 귀천을 따지지 않고 제자들을 받아들였고 맹자는 그런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아 민생을 강조했다. 당시 양반사대부들은 혈연이나 정치적 계보에 속박되어 민생을 뒷전, 허위의식에 빠져 있었다. 이런 양반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며 떠돌이 거지나 똥 푸는 사람처럼 천시받던 사람들의 일상에서 오히려 사라진 공맹의 정신이 더 돋보인다 말한 듯 하다. 약팍한 이익에 놀아나는 말 거간꾼들과 사대부들의 우정을 빗대어 풍자한 것도 마찬가지다.

기존 사회의 통념과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이름 없는 천민들을 자유로이 내세워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한 점은 장자의 글쓰기 스타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장자와는 달리 박지원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하찮아 보이는 것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들을 찾아냈다. 사회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사람다움의 의미를 담아낸 것으로 볼 수 있다.